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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산촌유학교육원의 단풍( 11.5)

by lkc226 2010. 11. 9.

 2010년 가을 산촌유학교육원의 단풍

 

 단풍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상국·시인, 1946-)

단풍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피천득·수필가, 1910-2007)

 단풍

그 당당하던
푸르름은 어디에 가고

무안을 당했느냐
꾸중을 들었느냐
얼굴이 빨개져서 보기 좋구나

빨개져도 놓지 마라
손까지 놓으면
땅에 떨어지고

땅에 떨어져 뒹굴면
낙엽 되느니
(박태강·시인, 1941-)

 단풍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시인, 1954-)

 단풍나무

옷을 벗는 것이다
푸르고 단정하던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것이다

여름 날
숨막히게 내리 쪼이던
햇살 앞에서도 당당했고

온 몸에 퍼부어 대던
굵은 물줄기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던 푸르름

바위틈에 바람이 일고
흰 눈발 펄펄 하늘로 가는 날에도
담담하게 서있으려니 했는데

훌훌 옷을 벗는 것이다 저렇게
벗어 던지면 더 아름다운 것을
기어이 보여주는 것이다
(김승동·시인, 1957-)

가을일기    

      -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라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림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